완연한 가을 기운이 들녘과 도심 곳곳을 채워가는 9월 13일,
약간의 게으름과 느긋함이 느껴지는 휴일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시장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가 공장과 창고, 토지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보고 느낀 변화와 생각을 오늘도 전해드리려고 하니
대표님들의 소중한 자산을 판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지난 편에서 살펴본 창고의 동선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도크의 방향은 좋은지, 대형 차량이 들어와 회차할 수 있는지, 상·하차 공간은 충분한지.
창고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모두 중요한 조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창고를 꾸준히 살펴보면 한 가지가 더 보입니다.
운영하기 좋은 창고라고 해서 반드시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동선은 분명 창고의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창고 임대료는 동선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입지와 물류 수요, 주변 공급, 계약조건, 공실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창고 임대료는 왜 스펙만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층고가 높습니다.
바닥하중도 좋습니다.
도크도 충분하고 대형 차량의 진입과 회차도 편합니다.
이 정도면 임대료도 높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비슷한 규모와 시설을 가진 창고인데도 임대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창고를 빌리는 사람은 건물만 임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류회사라면 차량이 얼마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지 봅니다.
화주라면 주요 거래처와 소비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봅니다.
운송비와 운송시간도 따집니다.
결국 창고의 위치가 물류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고속도로 IC와 가까운지, 주요 간선도로와 연결되는지, 배후 소비시장까지의 접근성이 어떤지에 따라 같은 스펙의 창고라도 경쟁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급까지 겹칩니다.
내 창고가 아무리 좋아도 주변에 비슷한 물류센터가 한꺼번에 공급된다면 임대인은 예전처럼 쉽게 임대료를 고집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대료를 물어보는 분에게 단순히
“평당 얼마입니다.”
라고 답하는 것을 조심합니다.
먼저 그 숫자가 형성된 이유를 봐야 합니다.

같은 창고라도 진입도로와 주변 물류축에 따라 임차인이 느끼는 가치는 달라집니다.
같은 임대료라도 실제 수익은 다르다
창고 임대료를 비교할 때 평당 임대료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계약조건입니다.
관리비는 누가 부담하는지,
재산세와 보험료는 누가 부담하는지,
시설 유지·보수 비용은 어디까지 임대인이 책임지는지.
이런 조건에 따라 임대인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달라집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Gross Lease [총액임대차(일괄임대차)] 와 Net Lease [순액임대차(분담임대차)] 계열의 임대차 구조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트리플넷(NNN) 임대구조에서는 일반적으로 재산세·보험료·유지관리비 등 주요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임차인이 부담합니다.
다만 국내 창고 임대차에서는 미국식 용어 자체보다 실제 계약서에서 어떤 비용을 누가 부담하도록 정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월 임대료를 받더라도 임대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많은 창고와 임차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많은 창고는 실제 수익성이 달라집니다.
계약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계약은 공실 위험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임대료가 상승할 때 바로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단기계약은 임대료를 조정할 기회가 있지만 계약 종료 후 다시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임대료를 볼 때
“얼마를 받느냐”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 실제 얼마가 남는가”까지 봅니다.

평당 임대료가 같아도 실제 수익은 같지 않습니다.
공실을 빼고 나서야 창고 수익이 보인다
창고를 매입해서 임대를 놓는 경우 계산할 때 흔히 생기는 착시가 있습니다.
12개월 임대료를 모두 받는 것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나간 뒤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조정하거나 렌트프리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창고 임대수익을 계산할 때는 먼저 예상 임대수입에서 공실과 임대료 손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다음 관리비·세금·보험료·유지관리비 등 운영비를 반영합니다.
이렇게 계산한 것이 순 영업소득, 즉 NOI입니다.
여기서 대출을 이용했다면 또 한 단계가 필요합니다.
NOI에서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 등을 반영해야 실제 투자자가 손에 쥐는 현금흐름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NOI와 실제 투자자의 현금흐름은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자본환원율(Cap Rate)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본환원율은 NOI ÷ 취득가격으로 계산하며, 금융비용을 반영한 투자자의 실제 현금수익률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의 Cap Rate를 하나의 정답처럼 제시하기보다는 비슷한 입지와 규모, 임대조건을 가진 매물과 거래사례를 함께 놓고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NOI와 실제 현금흐름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고 공실은 건물 안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제가 현장에서 창고를 중개하다 보면 공실은 건물 자체의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가 나빠져 물동량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새로운 물류센터가 한꺼번에 공급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임차인의 사업구조가 바뀌면서 필요한 면적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같은 물량을 더 작은 면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배송권역이 바뀌면서 물류거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창고를 볼 때 저는 건물 안만 보지 않습니다.
반경 안에 어떤 창고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물건이 나오는지까지 같이 봅니다.
입주업체의 업종도 살펴봅니다.
특정 업종의 물류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역이라면 그 업종의 경기가 흔들릴 때 공실이 동시에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창고를 찾는 것과
공실이 쉽게 생기지 않는 창고를 찾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차이를 구분해야 합니다.

공실은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창고 임대료를 판단할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5가지
창고를 검토할 때 모든 조건을 한꺼번에 복잡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먼저 큰 흐름을 봅니다.
이곳에 물류수요가 있는가.
그다음 주변을 봅니다.
경쟁할 창고가 얼마나 있는가.
그다음 건물을 봅니다.
그 수요에 맞는 시설을 갖추었는가.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봅니다.
그 임대료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남는가.
제가 현장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① 물류 수요 축과의 거리
고속도로 IC와 주요 간선도로까지의 접근성뿐 아니라 주요 소비지까지 실제 차량 이동시간을 봅니다.
② 주변 신규 공급
현재 나온 매물만 보지 않습니다.
앞으로 공급될 물류센터가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③ 계약조건
임대료만 보지 않고 관리비·세금·보험·유지관리비의 부담 주체와 계약기간, 임대료 조정조건을 확인합니다.
④ 공실을 반영한 수익성
12개월 임대료를 그대로 수익으로 잡지 않습니다.
공실 가능성을 반영하고 NOI와 실제 현금흐름을 구분합니다.
⑤ 임차수요의 성격
어떤 업종의 기업이 이 지역 창고를 필요로 하는지 살펴봅니다.
특정 업종에 수요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지도 봅니다.

저는 좋은 창고보다 오래 임대되는 창고를 봅니다.
좋은 동선이 임대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창고의 좋은 동선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트럭이 편하게 들어오고,
회차가 쉽고,
상·하차 시간이 줄어들면 운영 효율도 좋아집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임대료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좋은 동선은 창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이지, 임대료를 보장하는 보증서는 아닙니다.
창고의 물리적인 가치는 건물이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임대료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실제 투자수익은 계약조건과 공실까지 반영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저는 창고를 볼 때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창고가 좋은가?”
여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한 번 더 묻습니다.
“이 창고를 누가, 왜 빌리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이 있어야 임대료도 제대로 보입니다
글을 마치며
창고를 볼 때는 건물만 보면 안 됩니다.
동선은 운영을 보고,
입지는 물류수요를 보고,
주변 공급은 경쟁을 보고,
계약조건은 실제 수익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공실을 빼고 나서야 비로소 그 창고가 가진 임대수익의 실체가 보입니다.
결국 좋은 창고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안에서 오래 선택받을 수 있는 창고를 찾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창고와 공장, 토지를 직접 살펴보면서 숫자로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동선을 따라가 봤고,
임대료와 공실의 셈법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좋은 물건을 골랐다고 해서 좋은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는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창고 매매계약서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할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황금공인중개사 · 전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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