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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는 눈20

전봇대가 서 있다고, 전기가 준비된 것은 아닙니다 용도지역도 맞고 등기부도 깨끗하고 허가구역도 아니다 — 그런데 이 땅에 공장을 지으면, 전기는 언제 들어옵니까 어제가 처서였다. 절기의 이름값과 달리 낮의 기세는 아직 꺾일 기미가 없다. 「땅을 보는 눈」 14편은 인천·수도권 공장부지를 고를 때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전기 인입 조건과 도로의 실사용 조건을 다룬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름내 무성했던 것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이 무렵처럼, 이 시리즈도 지난 열두 편으로 한 매듭을 지었다. 등기부의 권리관계를 읽고, 계약금과 특약을 정하고, 허가구역이라는 관문을 넘고, 잔금 앞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짚고, 도장 찍기 직전 마지막 점검표까지 — 계약이라는 절차 위의 위험은 대체로 훑었다. 오늘부터는 질문의 .. 2026. 8. 24.
맹지라고 다 같은 맹지가 아닙니다 — 토지 접도조건 확인법 처서라는 절기를 하루 앞둔 날, 가을비가 묵은 더위를 씻어내며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립니다. 아직 여름의 여운은 짙게 남아있지만, 자연은 이미 차분하게 다음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땅을 보는 눈」도 같은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 지난 편에서 계약의 여섯 관문을 통과하는 법을 다뤘다면, 오늘은 그보다 한 걸음 앞선 자리로 돌아갑니다. 애초에 계약할 수 있는 땅인지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길입니다. 다만 이 질문을 "이 땅에 길이 있는가"로 좁혀서는 안 됩니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 땅에 건축법상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입니다. 1. 맹지, 세 개의 다른 길 지적도 위에서 반듯해 보이는 땅도, 실제로 걸어 들어갈 길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맹지(盲地,.. 2026. 8. 22.
계약은 도장이 아니라, 여섯 번의 확인으로 끝납니다 한 번의 서명 앞에는, 여섯 개의 문이 놓여 있다 처서를 이틀 앞두고도 볕은 아직 물러설 뜻이 없다. 「땅을 보는 눈」은 6편부터 11편까지, 좋은 땅을 찾은 다음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 등기부의 세 방, 매도인이라는 이름의 무게, 허가구역이라는 이름의 방, 계약금이 법적 의미를 갖는 순간, 대출 사전승인과 본승인의 간극, 그리고 잔금일에 자금이 부족할 때 책임이 향하는 자리까지. 여섯 편에 걸쳐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오늘은 하나의 줄에 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실제로는 몇 번을 확인해야 하는가. 답은 여섯 번이다. 그리고 이 여섯 번은 순서를 바꿔서는 안 된다. 1. 첫 번째 문 — 등기부, 권리관계의 문 가장 먼저 열어야 할 문은 등기부등본이다. 표제부는 부동산의 표시를,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을구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 2026. 8. 21.
잔금일에 돈이 부족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계약서에는 날짜가 적혀 있다. 잔금일. 그 하루를 향해 계약금도, 중도금도, 대출 심사도 걸어간다. 그런데 그날 통장 잔고가 계약서의 숫자에 못 미치면 — 그 부족분은 누구의 몫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돈이 모자란 사정은 매수인의 것이지만, 그 책임은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에 따라 매도인에게로 넘어가기도 한다. 공인중개사의 시선 잔금 지급기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매매계약이 언제나 자동 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에 따르면 매도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履行催告, 이행을 요구하는 절차)한 뒤에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제544조에 따른 최고가 문제되지만, 계약의 성질이나 특약에 따라 정기행위(定期行爲, 이행 시기를 .. 2026. 8. 20.
잔금일은 정해져 있는데, 대출은 아직 심사 중입니다 - 계약보다 늦게 움직이는 대출, 잔금일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 여름은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으나, 그 기세는 한풀 꺾여 조용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가시고 결실의 계절이 오듯, 대표님들의 소중한 자산 역시 단단한 결실로 이어져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부동산 시장에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모든 거래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잔금과 등기, 그리고 세무 절차까지 진짜 중요한 '완성'의 과정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땅을 보는 눈」은 지금껏 도로와 서류, 면적과 가격, 그리고 등기부에 새겨진 이름까지 짚어왔습니다. 오늘은 그 모든 확인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계약을 흔들 수 있는 변수 하나를 다룹니다 — 대출입니다. 공인중개사의 시선 땅을 사겠다는 결심과 땅값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별개의 일입니다. .. 2026. 8. 19.
등기부에 이름이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지금 이 땅을 팔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처서를 앞두고 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겉으로 드러난 더위만으로는 계절이 이미 방향을 튼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땅도 마찬가지다 — 겉면의 시세와 서류 한 장만으로는, 그 안에 숨은 진짜 사정을 다 읽을 수 없다. 「땅을 보는 눈」은 지난 여덟 편에서 땅을 읽고, 등기부의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계약금과 특약을 정하고, 허가구역이라는 관문까지 통과하는 법을 다뤘다. 오늘은 그 모든 절차의 맨 앞자리로 돌아간다 —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그 사람이, 애초에 이 땅을 팔 수 있는 사람인가.민법 제211조는 소유자가 법률의 범위 내에서 소유물을 사용·수익·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정한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누가 소유자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 .. 2026.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