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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는 눈

잔금일에 돈이 부족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by goldene 2026. 8. 20.

계약서에는 날짜가 적혀 있다. 잔금일. 그 하루를 향해 계약금도, 중도금도, 대출 심사도 걸어간다. 그런데 그날 통장 잔고가 계약서의 숫자에 못 미치면 — 그 부족분은 누구의 몫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돈이 모자란 사정은 매수인의 것이지만, 그 책임은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에 따라 매도인에게로 넘어가기도 한다.

 

수산동 토지ㅣ

 

공인중개사의 시선

 

잔금 지급기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매매계약이 언제나 자동 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에 따르면 매도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履行催告, 이행을 요구하는 절차)한 뒤에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칙적으로 제544조에 따른 최고가 문제되지만, 계약의 성질이나 특약에 따라 정기행위(定期行爲, 이행 시기를 놓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계약)로 볼 수 있는 경우 민법 제545조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잔금일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도 부동산 매매에서 잔대금 지급기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자동 해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계약의 내용과 특약, 매도인의 이행제공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다 255614).

 

소유권 이전등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산업용 부동산의 잔금 당일에는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서류 외에도 등기필정보, 매도용 인감증명서, 위임장, 근저당 말소서류, 기존 임차인 문제, 공장·창고 인도(명도), 관리비·공과금 정산, 산업단지 관련 양도·입주 절차 등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에 필요한 이행제공과 매수인의 잔금 지급은 통상 서로 맞물려 있으며(민법 제536조, 동시이행의 항변권), 매도인 쪽 서류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매수인의 이행지체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임은 잔고가 아니라 절차에서 갈립니다. 잔금일에 통장 잔고만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매수인은 돈을 준비해야 하고,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이행을 준비해야 합니다.

 

해약금에 의한 해제와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제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계약금은 민법 제56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해약금(解約金,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고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는 금액)의 성격을 갖습니다. 

 

다만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에 의한 해제와, 매수인의 잔금 미지급이라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계약 해제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이행의 착수' 여부도 단순히 돈을 일부 지급했는지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이행행위와 그 전제행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 256624). 

 

즉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를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해약금 해제가 자동으로 막히거나, 반대로 계속 열려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계약금의 운명은 '해약금'과 '위약금'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계약금이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잔금 미지급 시 계약금이 언제나 자동으로 매도인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565조는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은 별도의 계약 조항과 그 법적 성격을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금 = 위약금"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손해배상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잔금은 금전채무이므로 지급이 지체되면 민법 제397조(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별도의 손해배상액 예정이나 위약금 약정이 없다면 손해배상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 등에 따라 판단되며, 특별한 손해가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 사정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있다면 민법 제398조에 따라 그 법적 성격과 금액을 검토해야 합니다.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는 위약금 조항의 존재뿐 아니라 그 조항의 내용과 법적 성격, 실제 채무불이행의 내용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대출 미승인이 곧 잔금 면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잔금 지급의무가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에 대출을 조건으로 한 특약이 있거나, 대출이 계약 체결의 중요한 전제로 명시되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0편에서 짚었던 사전승인과 본승인의 간극이, 여기서는 계약 존속 여부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AI가 만든 계약서 날인 전 확인사항

 

같은 2억 부족이라도 책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잔금 부족액이 같은 2억 원이라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검토 방향이 달라집니다.

원   인 기본적인  검토 방향
매수인이 자금계획을 잘못 세움 매수인 책임 가능성
매수인이 대출 신청자체를 늦게함 매수인 책임 가능성
은행심사에서 단순히 한도가 줄어듦 계약 특약 확인
계약서에 대출조건 특약이 있음 특약 내용에 따라 판단
매도인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않음 매도인 이행제공 문제 검토
매도인이 기존 근저당을 말소하지 못함 매도인 측 이행 문제 검토
산업단지 처분 ·입주절차로 대출 실행이 지연됨 원인과 계약에 내용에 따라  판단
잔금일을 변경하기로 했으나  변경 내용이  불 분명함 변경 합의 내용과  증빙 확인

 

원인이 다르면 결론도 다릅니다. 

 

"돈이 부족하다"는 하나의 현상 뒤에는 최소 여덟 갈래의 서로 다른 책임 구도가 숨어 있습니다.

 

 

잔금일 당일,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가

 

잔금일 아침에는 다음 항목부터 확인합니다.

 

●   매수인 측: 대출 실행 여부, 자기 자본 입금 여부, 잔금 계좌 확인, 법무사 일정, 등기서류 준비 여부

●   매도인 측: 근저당 말소서류,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매도인 인감증명서 등 필요서류, 명도·인도 준비, 관리비·공과금 정산

 

잔금이 부족하다면 아무 말 없이 그날을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즉시 상대방에게 상황을 통지하고, 연장 여부와 조건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침묵은 어느 쪽에도 유리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히 "은행 대출이 늦어졌습니다"라고 통보하는 것만으로 잔금 지급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출 지연의 원인, 계약상 특약, 상대방의 이행제공 여부, 잔금일 변경에 관한 합의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잔금일을 미루기로 했다면

 

잔금일 연장도 계약의 변경입니다. 구두 합의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며, 다음 사항을 정해두어야 합니다.

 

●   연장 기간

●   지연손해금의 발생 여부 및 약정이율 — 잔금일을 연장하면서 지연손해금을 정했다면 그 금액과 산정기간을 명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   추가 계약금 또는 추가 담보 여부

●   대출 실행 기한

●   기한 내 불이행 시 해제 여부

●   기존 특약의 유지 여부

 

말로 미룬 잔금일은 나중에 "언제까지 미룬 것인지" 자체가 다시 분쟁거리가 됩니다.

 

잔금일 연장 합의서, 최소한 이것은 적으십시오

 

●   기존 잔금일: 2026년 00월 00일

●   변경 잔금일: 2026년 00월 00일

●   부족 잔금: 00억 원

●   대출 실행 예정일: 00월 00일

●   지연손해금: 연 00% / 00일 기준
 
●   기존 계약의 효력 유지 여부

●   변경하지 않은 특약: 기존 특약 유지

●   변경된 특약: 00

●   변경기한까지 미이행 시 당사자 합의 내용

●   당사자 서명·날인 필수

 

잔금일은 돈만 준비하는 날이 아닙니다. 매수인은 잔금을, 매도인은 이행을 준비해야 하는 날입니다. 결국 잔금일의 책임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계약서와 이행과정에서 갈립니다.

 

공장 내부

 

이런 분이라면 이번 편을 신중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   잔금일까지 대출 본승인이 나지 않아 자금 계획이 흔들리는 매수인

●   매수인의 잔금 지연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고려 중인 매도인

●   계약서에 위약금 특약을 넣을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계약 당사자

●   잔금일 연장을 구두로만 합의해 둔 분

 

 

산업용 부동산에서는 잔금 직전까지 근저당 말소, 임대차, 공장등록, 산업단지 입주계약·처분제한, 관리기관 절차 등이 함께 얽힙니다. 

 

"돈이 부족한 사람만 책임진다"로 단순화하면 절대 안 됩니다. 7편에서 다룬 특약, 10편에서 다룬 대출 심사, 그리고 오늘의 이행지체와 위약금 — 세 편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계약서를 쓸 때 무엇을 적어두었는가. 그 답이 잔금일의 책임 소재를 결정합니다.

 

이 글만으로 개별 계약의 해제 가능 여부나 손해배상 범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계약서 문구와 이행 제공 여부, 잔금 부족의 구체적 원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잔금 지연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반드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 본 포스팅의 법리 서술은 일반 원칙 요약이며, 실제 계약 해석 및 분쟁 사안은 계약서 문구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법률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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