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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토지5

계약금은 약속이 아니라, 약속을 깨는 값입니다 광복절 아침, 말복은 어제로 지났고 처서는 아직 여드레 남았다. 계약의 세계에서도 날짜는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특약에 적힌 기한 하루, 이행의 착수로 인정되는 시점 하나가 계약의 운명을 가른다. 「땅을 보는 눈」은 지난 편에서 등기부의 세 방 — 표제부, 갑구, 을구 — 을 열어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법을 다뤘다. 권리관계가 깨끗한 땅을 확인했다면, 이제 계약서 앞에 앉을 차례다. 오늘은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오가는 돈, 계약금을 다룬다. 마음이 급한 쪽이 먼저 돈을 건넨다. 그러나 그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급한 마음이 가르쳐주지 않는다. 1. 계약금은 계약 그 자체가 아니다 계약금을 건네면 계약이 성립됐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틀린 믿음은 아니지만, 정확한 믿음도 아니다. 계약금은 계약.. 2026. 8. 15.
등기부에는 방이 세 개 있습니다 입추는 지났으나 더위는 아직 물러갈 뜻이 없다. 오늘이 말복이니, 절기로는 이미 가을 문턱이고 처서(23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절기가 이름을 바꾼다고 더위가 하루아침에 물러나지는 않는다. 서류 위에서 계절이 바뀌어도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이듯, 땅의 권리관계 역시 계약일이 지났다고 저절로 정리되지 않는다. 「땅을 보는 눈」은 지난 다섯 편에서 땅 그 자체를 읽는 법을 다뤘다 — 값의 이치, 도로의 무게, 서류가 답하는 물음, 면적의 안과 밖, 그리고 평당 가격이라는 착시까지. 오늘부터는 다른 국면이다.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그 땅이 누구의 것이고 무엇으로 묶여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방 하나를 연다 — 등기부등본이다. 1. .. 2026. 8. 14.
평당 300만원이 같은 땅일까요? 평당가격만 보면 놓치는 것들 처서가 코앞인데도 더위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태풍이라도 지나가며 비를 뿌려주면 좋으련만, 이번에도 한반도는 비껴가는 모양새다. 「땅을 보는 눈」은 지금껏 도로의 무게, 서류가 답하는 물음, 등기부의 면적과 실제 건축물 배치에 쓸 수 있는 면적의 간극을 짚어왔다. 가격은 숫자 하나로 요약되지만, 값어치는 숫자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 오늘은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 수렴하는 숫자 하나를 다룬다. 평당 가격이다. 1. 숫자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하려는 습관 "평당 얼마입니까." 토지 물건을 브리핑할 때 매수 검토자에게서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질문을 받아온 이는, 정작 그 물음 앞에서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그 평당가격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평당가격입니까.".. 2026. 8. 13.
도로에 붙어 있다고 다 같은 땅이 아닙니다 늦여름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입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으로는 그 진짜 가치를 다 읽어낼 수 없습니다. 오늘은 "도로에 붙어 있다"는 한 문장 뒤에 숨겨진, 진짜 확인해야 할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지난 편에서는 같은 동네, 같은 평수인데도 땅값이 두 배, 세 배씩 벌어지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격차를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 하나를 짚어보려 합니다. "도로에 붙어 있다"는 말입니다.땅을 살 때 "도로 접합니다"라는 말은 안심할 이유가 아니라, 확인을 시작해야 할 신호입니다. 지도를 펼쳐 보면 필지 옆으로 선 하나가 지나가고, 중개인은 그 말을 그대로 전합니다. 그 말을 믿고 계약을 서두르는 순간, 문제가 시작됩니다. 도로에 붙어 있다는 사실과 그 도로.. 2026. 8. 10.
땅값은 왜 같은 동네에서도 두 배, 세 배씩 벌어지는가 평당 가격이 싼 땅이 반드시 싼 땅은 아닙니다. 토지는 '얼마나 넓은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가격을 바꿉니다. 옛말에 싼 것이 비지떡이라 했다. 그런데 유독 땅에 이르러서는 이 속담이 뒤집히는 순간이 있다. 겉보기엔 헐값에 지나지 않던 땅이, 파고들면 진귀한 값어치를 감추고 있던 경우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다. 비싼 값을 치르고 매입한 토지가 뜯어보니 속 빈 강정이었던 경우다.같은 동네, 걸어서 오 분 거리에 놓인 두 필지를 두고 상담자가 물었다."한 곳은 평당 구십만 원, 한 곳은 평당 백팔십만 원인데 — 대체 뭐가 다른 겁니까?"정직한 대답은 이렇다. 값이 싼 쪽이 도리어 비싼 땅일 수 있다. 이 말이 궤변으로 들린다면, 아직 땅을 볼 줄 모른다는 뜻이다. 1. 땅은 평수.. 2026.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