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덮는 데는 포클레인 한 대로 충분했지만, 기억을 덮는 데는 아직 그 기계가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주안국가산업단지, 그 거대한 산업의 신전이 서 있는 땅 아래엔 지금도 갯내가 배어 있다. 이 글은 그 땅의 전생(前生)에 관한 기록입니다.
흰 결정(結晶)의 기억 — 주안염전
소금이란 무엇인가. 바다가 자신을 증발시켜 남긴 흔적이다. 수분은 하늘로 돌아가고, 광물은 땅에 남는다 — 꼭 어떤 생애처럼.지금 우리가 주안공단이라 부르는 그 자리에는, 한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천일염전이 펼쳐져 있었다. 광활한 증발지(蒸發池)와 저수지가 조수(潮水)의 리듬에 따라 숨을 쉬던 곳. 낮에는 소금쟁이처럼 뙤약볕 위를 걸어 다니는 일꾼들이 있었고, 밤에는 밀물이 그 위를 조용히 씻어 내렸다.그것은 산업이었다. 동시에 생태였다. 그리고 삶이었다.지금 그 자리에는 공장이 섰다. 어른들은 그것을 발전이라 불렀고, 아이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옳았다.

십정동까지 닿던 물 — 인천교의 바다
지금의 십정동 축산물 백화점 인근 하늘에 갈매기가 날 때, 도시인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저 새는 왜 저기에 있지? 갈매기는 알고 있다. 자신이 원래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밀물이 오면 십정동 근처까지 바닷물이 닿았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믿기 어렵다면 지도를 펴라 — 아니, 지도는 거짓말을 한다. 지도는 현재만 기억하니까. 대신 그 하늘을 나는 갈매기에게 물어보라. 인천교 위를 지나는 짠 바람에게 물어보라.바다는 물러났지만, 바다의 기억은 새의 날개에, 바람의 냄새에,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과 말끝에 — 아직 살아 있다.
고무튜브와 썰물 — 무동력 항해의 시절
아이들은 원래 두렵지 않다. 아직 죽음을 배우지 않았으니까.고무튜브 하나에 여럿이 매달려 썰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물은 아이들을 데려갔다. 어디로? 인천화력발전소 근처까지. 지금의 어른이라면 뒷목을 잡을 일이지만, 그 시절 아이들에게 그것은 무동력 항해였다. 무모함이 아니라 자연과의 교신이었다. 밀물이 오면 물길을 따라 돌아왔다. 그것이 전부였다. 엔진도 없이, 나침반도 없이, 그 아이들은 바다를 타고 다녔다. 오늘날 우리는 SUV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자신이 더 멀리 간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갈대낚시와 망둥어 — 가장 단순한 기쁨의 형식
염전의 저수지에는 망둥어가 넘쳤다. 낚싯대는 갈대 줄기로 충분했고, 미끼는 갯지렁이 혹은 — 때로는 조금 전 잡은 망둥어의 살점으로도 충분했다. 자연은 자연으로 잡고, 바다는 바다로 거두었다.
손 끝에 툭하고 오는 손 맛, 그것은 단순한 낚시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것과의 첫 교신이었다.해가 기울어 손등에 소금기가 하얗게 마를 때까지 — 그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없이, 알림도 없이, 세상이 요구하는 생산성도 없이, 하루를 완전히 살았다. 지금 우리는 하루를 얼마나 살고 있는가.
갯벌의 식탁 — 결핍이 만든 풍요물이 빠지면 아이들은 갯벌로 뛰어들었다. 짱뚱어를 잡고, 조개를 캐고, 농게와 칠게를 쫓았다. 긴 파 줄기에 잡은 것들을 넣고, 물새알까지 깨 넣어 불에 구웠다.이것을 두고 누군가는 궁핍이라 할 것이다.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반만 본 것이다. 그 거친 식탁에는 지금 우리의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도 제공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 자신이 잡고, 자신이 피웠고, 자신이 먹었다는, 그 완결된 회로. 바다는 그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아이들이 세상에 갚아야 할 빚도 쌓이지 않았다.

매립(埋立)이라는 이름의 망각
그리고 어느 날, 갯벌은 흙으로 덮였다. 물길은 끊겼다. 소금밭은 콘크리트 아래로 사라졌다. 그 위에 지금의 주안국가산업단지가 섰다.우리는 그것을 개발이라 불렀다. 틀리지 않다. 무언가는 개발되었다. 그러나 무언가는 폐기되었다. 개발의 공식 용어 중에 소실을 기입하는 칸은 없다.포클레인은 갯벌을 덮었다. 행정은 주소를 바꾸었다. 지도는 새로 그려졌다. 그런데 왜 갈매기는 아직도 그 하늘을 날고 있는가. 왜 바닷바람은 아직도 공단의 굴뚝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가.도시는 바다를 덮었다. 그러나 기억까지 매립하지는 못했다.

에필로그 — 살아남은 것들
어른이 되었다는 건, 잃어버린 것의 목록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안염전을 알았던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다. 갯지렁이로 망둥어를 잡던 아이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거나, 혹은 이미 이 글을 읽지 못하는 곳에 있다.그러나 기억이란 이상하다. 사람이 가져도 죽지 않고,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갈매기 울음소리 하나에 갑자기 솟아오르는 그것 — 짠 바람, 펄쩍이는 망둥어, 썰물에 몸을 맡기던 고무튜브의 흔들림 — 은, 콘크리트 몇 미터 아래에서도 살아 있다.주안국가산업단지는 지금 산업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것은 바다였다. 그리고 바다였던 것은, 잊힌 후에도 여전히 바다이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이처럼 매립된 기억이 있으신가요? 덮인 줄 알았는데, 갈매기 소리 하나에 다시 밀려오는 그 기억. 댓글로 들려 주세요.
- 황금공인중개사 대표 전기봉 / 0910-4820-3612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경원대로 821번길 1 / 산업용부동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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