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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는 눈

땅값은 왜 같은 동네에서도 두 배, 세 배씩 벌어지는가

by goldene 2026. 8. 9.

 

남동산단 초기 조성 현장

 

평당 가격이 싼 땅이 반드시 싼 땅은 아닙니다. 토지는 '얼마나 넓은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가격을 바꿉니다.

 

옛말에 싼 것이 비지떡이라 했다.

그런데 유독 땅에 이르러서는 이 속담이 뒤집히는 순간이 있다. 겉보기엔 헐값에 지나지 않던 땅이, 파고들면 진귀한 값어치를 감추고 있던 경우 말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다.  비싼 값을 치르고  매입한 토지가 뜯어보니 속 빈 강정이었던 경우다.


같은 동네, 걸어서 오 분 거리에 놓인 두 필지를 두고 상담자가 물었다.

"한 곳은 평당 구십만 원, 한 곳은 평당 백팔십만 원인데 — 대체 뭐가 다른 겁니까?"

정직한 대답은 이렇다. 값이 싼 쪽이 도리어 비싼 땅일 수 있다. 이 말이 궤변으로 들린다면, 아직 땅을 볼 줄 모른다는 뜻이다.

 

 

1.   땅은 평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몫을 사는 것이다

 

토지를 처음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묻는다.

"평당 얼마입니까?"

틀린 질문은 아니다. 다만 그 숫자 하나로 셈을 끝내려는 태도가 문제다.

가령 오백 평짜리 두 필지가 있다 치자. 한쪽은 평당 구십만 원, 진입로가 좁고 모양이 길쭉해 실제 건물을 앉힐 수 있는 면적은 오백 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한쪽은 평당 백팔십만 원, 도로가 넉넉하고 부지가 반듯해 매입한 면적을 고스란히 다 쓸 수 있다.

등기부의 숫자는 같되, 손에 쥐는 몫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A토지는 오백 평에 구억 원이다. 그런데 실제 사업에 쓸 수 있는 면적과 차량 동선까지 고려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삼백 평 수준에 그친다고 해보자. 

 

단순 평당가는 백팔십만 원이지만, 활용 가능한 면적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체감하는 토지가격은 훨씬 높아진다. 옷감의 폭만 보고 값을 매기다가, 정작 재단해 보니 남는 천이 반 필도 안 되는 격이다.

 

2.   같은 동네인데 값이 갈리는 이유 — 땅에도 신분이 있다

토지의 값은 한 가지 이유로 정해지지 않는다. 여러 조건이 층층이 얹혀 만들어진다. 그중 가장 먼저 들여다볼 세 가지를 짚는다.

 

첫째, 용도지역이다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허용되는 토지 이용의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땅이 있다. 그래서 상담을 시작할 때 값부터 묻지 않는다. 먼저 이렇게 질문한다.

 

"이 땅에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목적을 알아야 값을 논할 자격이 생긴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값을 다 치르고 나서야 신분을 알게 되는 낭패를 본다.

용도지역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목이 무엇인지, 실제 이용현황은 어떤지도 함께 살펴야 하고, 용도지구·용도구역, 건축법, 산업집적법, 개발행위허가, 그 밖의 개별법과 해당 지자체 조례까지 두루 짚어야 온전한 그림이 된다. 

 

다만 지목 하나만으로 건축 가능 여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둘째, 도로다.  값이 아무리 후해도 도로가 부실하면 그 땅은 반쪽짜리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도로란 한 겹이 아니라 세 겹으로 따져야 한다.

 

●    법적 도로인가 —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받는 길인지, 오래 다녔을 뿐인 현황도로에 지나지 않는지

●   접도조건을 갖췄는가 — 해당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필요한 도로 폭과 접도 길이를 충족하는지

●   실제 진출입이 가능한가 — 서류상 도로가 있어도 실제 이용에 필요한 통행권이나 사용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특히 대규모 공장·창고라면 일반적인 접도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건축물 규모에 따라 요구되는 도로 폭과 접도 길이까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현황도로라고 해서 모두 건축법상 도로인 것은 아니며, 사도라고 해서 모두 건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 셋을 가르지 않고 "도로가 있다"는 말만 믿고 도장부터 찍은 이들이, 훗날 인허가의 문턱에서 발이 묶이는 광경을 여러 차례 지켜보았다.

 

셋째, 수요다. 땅의 값은 땅 자체의 조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땅을 필요로 하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도 함께 값을 짓는다. 조건이 좋은데도 거래가 더딘 땅이 있고, 엇비슷한 조건인데도 여러 기업이 서로 눈독을 들이는 땅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택지 조성 현장

 

3.   같은 오백 평이라도, 쓸 수 있는 오백 평은 따로 있다

 

등기부에 적힌 면적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부릴 수 있는 면적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반듯한 정사각형 땅과, 길쭉하고 좁아터진 땅이 나란히 오백 평이라 해보자. 면적은 같되, 건물을 앉히고 차량을 돌리는 자리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같은 오백 평이라도, 모양과 도로 조건에 따라 그 오백 평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 문서 위의 숫자와 현실의 쓸모 사이에는, 이렇듯 늘 간극이 있다.

 

 

4.   그러니 평당가로만 견주는 셈법은 위태롭다

 

땅을 볼 때 짚어보는 순서는 이렇다.

무엇을 할 것인가 —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은 무엇인가 — 도로와 진입조건은 어떤가 — 실제 건축·개발이 가능한가 — 주변에 그 토지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는가 — 이 모든 조건을 감안했을 때 값이 적정한가

물론 목적에 따라 순서는 뒤바뀐다. 공장부지를 찾는다면 여기에 전력의 용량, 물류의 동선, 건폐율과 용적률, 인접한 산업단지 여부까지 얹어야 한다. 그래서 늘 먼저 묻는다.

 

"이 땅을 사서 무엇을 하려 하십니까?"

 

목적이 다르면, 좋은 땅의 기준도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5.   값비싼 땅이 곧 좋은 땅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오해는 금물이다. 비싼 땅이 좋은 땅이라는 뜻이 아니다. 값이 높다고 반드시 이용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값과 쓸모가 저울 위에서 균형을 이루는가이다. 주변 시세가 평당 백오십만 원인데 이백오십만 원을 부른다면,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다시 셈해야 한다. 반대로 주변보다 싸다 해도 쓸모가 낮다면, 싸게 산 것이 아니라 발이 묶인 것이다.

 

 

6.   세금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토지는 쥐고 있는 동안 내는 세금과 넘길 때 내는 세금을 따로 봐야 한다. 특히 땅의 쓰임새와 세법상 분류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지므로, "싸게 사서 오래 쥐고 있으면 된다"는 셈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세제 변화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얹히고 있다. 땅은 이제 살 때의 값만 볼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동안의 세금과 넘길 때의 세금까지 함께 셈해야 하는 시절이 왔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 이후 따로 자세히 풀어보겠다.

 

 

7.   땅을 보러 가기 전, 스스로에게 던질 물음

 

●   이 땅의 용도지역은 무엇인가

●   도로는 실제로 부릴 수 있는 상태인가

●   내가 하려는 일이 여기서 될 법한 일인가

●   땅의 모양과 높낮이는 어떠한가

●   걸려 있는 규제는 무엇인가

●   주변에는 어떤 수요와 시설이 있는가

●   이 가격을 주고 샀을 때, 토지의 이용가치와 시장가격이 균형을 이루는가

●   이 땅을 부릴 계획인가, 당분간 묵혀둘 계획인가

 

이 여덟 물음에 하나씩 답을 채워가면, "평당 얼마짜리 땅"이 아니라 "내 뜻에 맞는 땅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8.   결국 땅값은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토지의 값은 하나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용도지역, 도로, 형태, 규제, 주변 수요, 개발의 가능성, 그리고 이제는 세제의 향방까지 — 이 모든 것이 뒤엉켜 값을 빚어낸다.

그러니 같은 동네 안에서도 평당 구십만 원짜리 땅과 백팔십만 원짜리 땅이 나란히 선다. 때로는 백팔십만 원짜리가 구십만 원짜리보다 나은 선택이 된다. 반대로 구십만 원이라는 값 자체가 이미 과분할 수도 있다.

땅은 가격표만 보고 사는 물건이 아니다.

 

 

맺음말 — 첫 번째로 새겨둘 것

 

땅을 볼 때는 "얼마나 저렴한가"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 땅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

그리고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그 쓸모에 견주어, 지금 값은 온당한가."

이 두 물음이 평당 가격보다 무겁다.

 

"땅은 평수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서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사는 것이다."

 

「땅을 보는 눈」은 앞으로 이 가능성을 어떻게 알아보고,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하나씩 풀어간다.

다음 편에서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자주 잊히는 이야기를 한다.

「땅을 보는 눈 2편」 —   도로 하나가 땅값을 어떻게 바꾸는가

 

 

 

※ 본 글은 토지 판단의 일반적인 기준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며, 실제 개별 필지의 건축·개발 가능 여부와 값의 적정성은 토지이용계획, 관련 법령, 도로 조건, 인허가 사항 및 실거래 사례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본문에서 언급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2026년 8월 3일 발표된 정부안으로, 아직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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